“자신을 찾으면 판이 바뀐다!”

정회일 영나한 대표,

청년들 사이에 ‘헬조선’, ‘문송합니다’ 등의 신조어가 유행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탓에 자조 섞인 말이 오고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청년 실업률은 11.3%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의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일자리는 9개월 연속 줄어 단 기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취업준비생들이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는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적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업 미스매치를 줄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소위 ‘스펙(Spec)’없이 본인만의 역량으로 사업을 펼치는 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스트셀러 <1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저자로 유명한 정회일 영나한(영어연수, 나는 한국에서 한다) 대표의 이야기다. 오랜 투병생활과 별다른 스펙 없이 사업에 성공한 경우여서 많은 언론도 그를 주목했다. 당당히 영어교육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정 대표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 ‘비전공자’ 주홍글씨 견디고 영어학원 설립

 

오랜 다독에 힘입어 정 대표는 나만의 공부법으로 교육 시장을 개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주입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스스로도 쉽지 않은 길이란 걸 알았지만 한국인들이 꿈을 찾아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영어강사가 되겠다는 그의 야망은 주변인들에게 한 낱 허상에 불과했다. 비전공자, 비연수라는 ‘주홍글씨’가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가라’, ‘공무원 준비를 해라’는 등의 핀잔을 했다. 정 대표는 사기가 저하됐지만 열정만큼은 꺾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 500권이 넘는 원서와 영어교재를 분석해 자신만의 영어학습법을 알아냈다. 영어를 통해 삶을 배우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결국 지난 2011년 영나한을 설립했다. 앵무새처럼 원어민의 표현을 외우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말할수 있는 학습법을 만들었다.

일명 ‘어학연수를 한국에서 한다’는 컨셉으로 운영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한국에선 상당히 파격적인 공부방법이었다. 특히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적’ 영어학습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영어로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배수진형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수강생들은 영어 훈련이 재밌어졌고, 단 기간에 어학 실력을 향상시켰다. 학습법만 바꾸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정복할 수 있다는 정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 과로로 대상포진 걸렸지만 끝내 이겨내 

 

그러나 건강 문제는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중학생때부터 앓은 아토피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치료에 좋다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몸에선 진물과 피가 나와 고통은 날로 깊어졌다. 

건강을 위해 등산도 해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수년 째 과로가 누적돼 지난해 4월 대상포진에 걸렸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잠복해있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 동반되면서 여러 물집을 동반한다. 눈 주위에 대상포진이 생길 경우 각막염을 일으키고 자칫 뇌수막염을 앓을 수도 있다. 

또 한번 목숨까지 위협받았지만 그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걷다보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다는 신념은 큰 자신감이 됐다.     

특히 청년 시절 3천 여 권의 독서는 그가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었다. 심리,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지식을 꿰뚫었고 누구를 만나든 기죽지 않았다. ‘책이 사람을 만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 마케팅 분야 부장으로 파격적 대우 받아

 

정 대표는 마케팅 분야에도 눈을 떴다. 다양한 경험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하우는 자연스레 제품을 홍보하는 일로 이어졌다.  

덕분에 그는 지난 2016년 한방메디컬 기업 ‘메디컬오’의 마케팅 부장을 맡았다. 메디컬팩과 기능성 화장품 등의 홍보전략을 짜는 일이 그의 몫이었다. 홍보한 대표 상품인 하니술 팩은 시술용 메디컬 팩으로 피부재생과 치유효과에 탁월하다. 감성을 파고든 마케팅 전략 덕분에 젊은 여성과 중장년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정 대표는 “마케팅은 고도의 심리와 전략을 다루는 일이다”며 “그동안 읽고 쓴 책을 통해 얻은 내공을 발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근무 조건도 기대이상이었다. 회사로부터 주6시간 근무에 대기업 임원급의 급여를 제의받았다. 마케팅 분야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대우였다. 

끝으로 정회일 대표는 “현재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불평만 하기보다 본인의 무기를 찾고 가꿔라”며 “노력하는게 힘들다는 이가 많은데, 노력 안해서 무능력 상태로 사는 것도 힘들다. 삶은 다 힘들다. 장기적으로 무엇이 나은 방향인지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이 날로 심각해진 가운데 많은 청년들은 자신만의 적성을 개발하기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시기가 바로 청년이다. 정 대표의 ‘자신을 찾으면 판이 바뀐다’는 말은 청년들에게 뜨거운 여름만큼 큰 울림이 있었다.